성지와 개신교 유적탐방기

청라언덕

어저나 2009. 10. 21. 15:25

 

 

3.1 운동의 길 박태준 선생이 학교를 오갔던 길이다. 

 

  

곱게 머리를 두 가락으로 묶고 흰 카라에 책가방을 앞으로 한 채 버스를 기다리는 여학생을 보고 또 보았지만 말 한마디 붙여보지 못한 채 지나갔던 시절, ‘짝 사랑’이었다. 가슴만 콩닥거리고 아무 말 없이 얼굴만 붉히던 사람이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고  두 아들을 가진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. 때론 과거로 여행하며 그 사랑을 생각하며 슬며시 웃음 짓는다. 


‘동무생각’(원제 ‘사우(思友)’)에 얽힌 한 학생의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학생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. ‘박태준’ 그는 계성학교를 다녔는데 그의 집 앞을 지나는 한 여학생을 짝사랑하게 되었다. 그 여학생은 흰 백합과 같은 절세미인이었는데 그녀에게 말 한 마디를 붙이지 못한 채 잊어야 했다. 그 여학생은 신명여고 학생이었다.


박태준 선생은 계성학교를 졸업하고 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21~1923년 마산의 창신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있을 때 시조 시인 ‘이은상 선생’이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. 박태준 선생의 짝 사랑 이야기를 들을 이은상선생이 “내가 노랫말을 써 줄테니 곡을 붙여보라”고 권유해 만들어진 곡이 ‘동무생각’이다.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위에 백합 필 적에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나는 흰 나리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청라언덕과 같은 내맘에 백합같은 내 동무야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네가 내게서 피어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더운 백사장에 밀려들오는 저녁 조수위에 흰새 뛸적에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저녁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새 갈은 내 동무야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네가 내게서 떠돌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
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소리없이 오는 눈발 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나는 멀리 성궁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밤의 장안과 같은 내맘에 가등같은 내동무야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네가 내게서 빛날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

 

 

 

청라언덕은 박태준이 태어난 동네에 있는 푸른 담쟁이덩굴 즉 ‘청라(靑蘿)가 올려진 동산병원 선교사들의 사택이 있던 동산을의미한다.

 

 

이 곡에 또 다른 슬픈 사연이 있다.

다름 아닌 노산 이은상선생과 관계된 일이다.

이은상선생의 아내가 그의 친구와 사랑을 하여 먼 곳으로 떠났다는 것이다.

그 당시로서는 굉장한 화제거리였다고 한다.

이 곡의 가사 말의 초록 부분에서는 '내 동무야' 대신에 '내 사람아'로 되어있는데 이는 그가 배신한 두 사람을 친구라 고백하고 있다.이은상선생은 그들을 동무로 일 평생 기억하고 싶었던 것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