삻 돌아보기

2017년 1월 23일

어저나 2017. 2. 15. 17:55

1. 선잠

잠에서 깬다. 공허한 새벽,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간, 공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,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힘든 시간 눈이 떠졌다. 다행히... 갈 곳을 찾았다. 내 자리가 필요한 시간에 갈 곳은 그래 준서가 자는 방이다. 성경을 잃자, 시편을 잃었다. 다윗 그의 글 솜씨가 빼어나다. 번역자들이 잘 번역해서... 웃기는 생각이다.

 

시편의 정수, 우두머리 23편은 좋지만 눈이 슥 지나간다. 거의 암송이 되어 있기에, 좀 더 구석진 곳의 보배를 찾는다. 목사의 취미생활 중의 하나일 수 있다, 잘난 체 하기에 반드시 필요한 곳을 찾는다. 성도들이 모르는 것을 건드리고 싶어서다. 성도들은 잘 아는 곳만 해도 충분한데 그 놈의 잘 난 체가 문제다. 그러니 핵심이 없는 것이고 이 곳 저 곳 건드리다가 싫증내고 그만 둔 적이 한 두 번이었나.

 

그런데 시편 274절 다윗의 마음의 중심이 가슴에 울려온다.

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일 그것을 구하리니 곧 내가 내 평생에 여호와의 집에 살면서 여호와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그의 성전에서 사모하는 그것이라

글을 쓰면서 은혜는 간 곳 없다. 근데 다윗 시대에는 성전이 없었는데... 웬 성전 아는 게 병이다. 다시 생각하니 다윗의 온 맘은 성전에 가 있었다, 아니 하나님에 가 있다. 그의 드라마틱한 삶의 중심은 하나님이 주인공이시고 자신은 단역배우일 뿐이다. 이게 내가 보는 관점이 아니라 다윗의 생각이었으리라 믿는다.

 

2. 두 천사의 방문

호세 마라아 신부의 길을 보고 있었다. 영화의 내용이 난해하다. 두 남자의 얽힌 일생을 사랑으로 서양 사람들의 가족 관계의 증오가 사랑으로 풀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80년대, 90년대에 고민했던 신앙의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저린다. ‘신의 부르심소명(Calling)의 길속에 내 인생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게 한다.

 

영화를 보는 중 인기척이 나고 문이 조금 열린다. 찾아올 사람이 없는 데, 문이 열린다. ‘목사님성규였다. 몸이 얼어 목소리도 제대로 나지 않는 것 같았다. 성규는 쌍둥이다. 동생은 성열이 시각장애인, 지금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다니고 있다. 기구한 삶의 짐을 지고 태어난 아이들이지만 두 녀석 다 똑똑하고 밝다. 성규는 뇌병변 장애로 하반신을 잘 쓰지 못한다. 손도, 시력도 좋지 않다, 하지만 늘 씩씩하다.

 

손이 얼어있었다. 친구 재희랑 날이 좋아서 반월당에서 놀았단다. 저녁이 되니 날씨가 너무 추워서 잠시 피하러 온 것이 교회였고 방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문을 연 것이다. 전동 휠체어가 잘 들어올 수 없는 좁은 목양실에 재빨리 자리를 만들고 작은 히터를 켰다. 두 놈 다 얼굴이 얼어 붉고 두 손이 너무 차갑다.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나의 가슴이 콩닥거리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.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제일 우선인 것이다. 시간이 잠시 흐리고 언 몸을 조금 녹였는지 저녁을 먹자한다. 햄버거를 시킨다. 멀 먹고 싶냐고 물었는데 아는 세트 메뉴가 아무 것도 없다. 성규가 알아서 시킨다.

 

재희가 화장실이 급한가보다. 성규는 익숙하게 말한다. 여기서 쉬하라고 재희가 머뭇거린다. 그래 이 시간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 편하게 쉬하라고 말해줬다. 사실 이 아이들이 어떻게 소변 문제를 해결하는지 알지 못했다. 장애인들과 20년 이상 지내면서 처음 뇌병변 학생의 소변을 받아 본다. 성규가 전동 흴 체어 앞에 걸고 다니는 작은 가방 속에 소변통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. 재희 역시도, 처리는 내 몫이었다. 재희의 소변통을 가지고 화장실에 갔다 온 사이 햄버거가 배달되어 있었다. 이미 결재가 끝난 상태, 그 정도는 사 줄 수 있었는데...

 

햄버거가 왔는데 내가 시킨 게 어느 것인지 모르겠다. 두 녀석에게 물어서 나누어 주었다. 근데 성규가 가만히 있다, 재희가 빨리 먹기를 바라는 눈치다. ~ 성규가 손의 근육의 힘이 약해서 먹지 못하는 모양이다. 성규에게 햄버거를 입에다 대어 준다. 그렇게 하는 것이구나. 성규가 교회에서 점심 같이 먹는 걸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메뉴와 불편함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. 저녁도 먹고 몸도 따뜻해지니 나드리를 부른다. 그렇게 두 녀석을 보냈다. 두 천사의 방문을 그렇게 끝났다. 나도 다 보지 못한 호세 마리아 신부의 길의 아버지와 아들의 비밀의 보았다.

 

어떤 성인에게도 과거가 있고, 어떤 죄인에게도 미래가 있다.”

 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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